한 여름 시안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해서 무려 41도까지 올라가더군요.
진시황 병마용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전기 자동차를 기다렸습니다. 중국인들이 하도 줄을 안서고 닥치는 대로 타서 우리는 '어어' 하다가 매번 놓치고 말았습니다.
깐깐한 성격의 .. 어디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표파는 아가씨에게 가서 줄을 세워야 되지 않겠냐고 따졌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 표정이 왠 더위 먹은 개가 짖어대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도 안하더군요. 그 뙤약볕 아래서 표파는 자기도 죽을 맛이었겠지요.
'어허 이거봐라' 뜨거운 태양만큼 열받은 우리는 직접 소리를 질러 대며 중국인들을 줄을 세웠습니다.
"자, 줄을 서시오, 줄을 서. 중국인들은 매너가 있는 민족입니다. 앞으로 올림픽을 열기위해서는 질서를 지키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당연히 중국어로 소리를 질렀음. 이하 대화는 모두 중국어로 이루어졌음, 진짜루!)
그러자 모두가 별 미친놈 다보겠다는 듯이 쳐다보더군요. 그때 어떤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새치기를 하길레 소리를 질렀지요.
"자,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아이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마세요. 중국은 몇 년후 올림픽을 열 나라입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입니다. 우리처럼 줄을 서세요."
아이의 부모는 멋적다는 듯이 '하오'하면서 줄을 섰습니다. 그후 다른 중국인들이 놀랍게도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희열을 느끼며 '아저씨도 골라, 아줌마도 골라'하며 발을 구르고 손뼉을 쳐대는 남대문 상가의 아저씨처럼 신이 나서 줄을 세워 나갔어요.
"당신 어느 나라 사람이야 재미있네."
"어, 나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오"
때로 어떤 중국인하고는 악수도 해가면서 줄을 세웠습니다.
금방 줄이 20-30 m가 되더군요. 그런데 어떤 여자 두 명이 슬며시 걸어와 새치기를 하더군요.
"저기요, 저 뒤에 가서 줄을 서세요."
"무슨 소리요, 나는 아까부터 와서 나무그늘에 서서 줄을 서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중국인의 민족성 중에 연극을 잘 한다는 것이 있는데, 풀 한 포기 없는 아스팔트 위에 왠 나무 그늘이며, 눈 앞에 걸어와서 새치기를 하더니 .....모두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저 뒤에 있는 아저씨, 이 여자 두 분 금방와서 새치기 하는 것 보셨지요?"
그러나 중국인들은 히죽거리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더군요. 여기서 또 한 번 중국인은 결코 남의 일에 끼어들어 간섭하지 않는다는 중국인의 또 다른 민족성을 확인하게 될 줄이야.
싸움이 시작되어 점점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면서 열기가 더해갔지요.
"不要脸,脸皮太厚了!"
"뻔뻔스럽기는, 당신들 낯가죽이 너무 두꺼워! 내가 지금 이렇게 욕했어."
그때부터 ....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중국어 욕을 원없이 쓰면서 입이 정신없이 바빠졌어요. .... 자기 혼자 중국어로 싸우면 너무 힘들것 같아서 욕 한마디 하고 그 말을 바로 한국말로 동시통역을 하면서 우리일행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지요.
“可恶的韩国鬼子!”
"어허 '죽일놈의 한국새끼'라고 욕을 하네"
정말로 한중 욕설대회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중국인대로 우스워 죽겠다고 난리고 우리 학생들도 깔깔거리고 웃고 난리가 났지요.... 술 취했을때만 중국어가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싸울때도 줄줄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전기자동차가 와서 우리의 순서가 되었어요. 그 두 여자도 기를 쓰고 전기자동차에 올라타더군요. 그제서야 다른 중국인들이 그렇게도 먼저 타고 싶냐고 비난을 했습니다.
"아이고, 저 인간들 진작에 편 좀 들어주지!"
우리는 저 아래 주차장까지 내려가면서 온갖 한국말로 그 두 여자를 비난했고, 저는 들으라고 열심히 중국어로 통역을 했어요.
주차장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데 생각지도 않게 다른 학생들이 우리 다음차로 바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7월 11일 오후 02:40 (0) | 2011.07.11 |
---|---|
2011년 7월 11일 오후 02:35 (0) | 2011.07.11 |
2011년 7월 11일 오후 02:32 (0) | 2011.07.11 |
2011년 7월 11일 오후 02:28 (0) | 2011.07.11 |
2011년 7월 11일 오후 02:24 (0) | 2011.07.11 |